“세금보다 먼저 살 길 찾았다”…강남구 ‘생활회복지원단’, 위기가구 232명 발굴전국 첫 ‘생계형 체납자 회복모델’ 가동…3개월 만에 49명 복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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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구 생활회복지원단 관계자들이 생계형 체납자의 주거지를 직접 방문해 생활 실태와 복지 연계 가능 여부를 상담하고 있다. (사진=강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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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고, 강남=오영세 기자] “항상 내기만 했지 도움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16년 넘게 체납액을 분납해오던 한 주민은 강남구의 현장 조사 뒤 처음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세금을 걷는 행정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행정으로의 전환. 강남구가 전국 최초로 출범시킨 ‘생활회복지원단’이 생계형 체납자 지원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2월 출범한 생계형 체납자 전담조직 ‘생활회복지원단’을 통해 체납액 규모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위기가구 232명을 발굴하고, 이 가운데 49명을 복지 지원으로 연계했다고 밝혔다.
생활회복지원단은 체납자를 단순 징수 대상이 아닌 ‘회복 지원이 필요한 주민’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했다. 신청제 도입과 통합 실태조사, AI 기반 관리대장을 결합한 전국 최초의 3종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존의 단순 체납 관리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체납자가 직접 체납처분 중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세무·복지·보건 분야를 묶은 통합 실태조사를 병행하면서 생계형 체납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실질적인 지원까지 연결할 수 있게 했다.
현장 지원의 핵심에는 담당 공무원이 AI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체납 보조프로그램 ‘체납이음’이 있다. 이 시스템은 체납자료와 복지·건강·신용정보 등을 연계 분석해 위기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하고, 조사 이력과 후속 조치까지 관리한다. 단순 데이터 정리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현장형 빅데이터 행정’이 구현된 셈이다.
강남구는 법인을 제외한 체납자 3만7571명을 모집단으로 삼아 사회보장자료와 건강보험자료, 신용정보 등을 다층 분석했다.
1차로 5184명을 추린 뒤 거주 형태와 부양가족 여부 등을 반영해 2452명으로 압축했고, 최종적으로 연락 가능 여부와 신용 상태 등을 확인해 232명을 실태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체납액 규모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생계 위기 가구를 정밀하게 찾아낸 것이다.
현장에서는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A씨의 경우 세무 담당자와 복지 공무원, 방문간호사가 함께 가정을 찾았다. 기존처럼 각각 따로 방문하지 않고 한 번의 합동 방문으로 체납 상담과 건강 점검, 복지 연계 절차를 동시에 진행했다. 오랫동안 질환을 앓으며 복지 지원을 거부해왔던 A씨는 상담 이후 치료 의지를 보이며 복지 지원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충남 산간지역 컨테이너에서 반려견 6마리와 생활하던 B씨 역시 빅데이터 분석과 현장 확인을 통해 발견됐다. 체납액은 85만 원에 불과했지만 실질 재산이 없는 상태였다. 강남구는 청소 지원과 사회보장급여 신청을 안내했고, 오랜 기간 지원을 거부하던 B씨도 회복 의사를 밝혔다.
사업 실패 이후 16년 넘게 체납액을 분납해오다 무릎 부상으로 생계까지 무너진 C씨에 대해서는 압류 차량 체납처분 중지와 사회보장급여 연계를 함께 진행했다. C씨는 “막막했던 미래가 더는 막막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해외 체류 중 체납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D씨는 귀국 뒤 어머니 간병과 무직 상태가 겹친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 강남구는 체납처분을 보류하고 기초생활수급과 긴급복지, 주거급여, 일자리 연계 등을 포함한 단계별 회복 경로를 설계했다. D씨는 “강남구 회복 지원의 대표 사례가 되고 싶다”며 강남구로 주소를 이전하기도 했다.
생활회복지원단의 핵심은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지원을 연결하는 데 있다. 체납자가 요청하면 세무·복지 담당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함께 현장을 찾는다. 체납자는 같은 사정을 여러 기관에 반복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조사 결과와 지원 이력은 체납이음 관리대장에 기록돼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했다.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복지 연계를 신청한 인원은 49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은 기존 사회보장급여 수급자로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며, 나머지 36명은 기존 복지망 밖 사각지대 가구로 확인돼 신규 사회보장급여 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체납처분 중지 실적도 크게 늘었다. 2025년 146건이던 체납처분 중지·압류해제 조치는 2026년 상반기 840건으로 약 5.7배 증가했다. 강남구는 빅데이터 분석과 현장 중심 조사를 결합해 ‘징수보다 회복’을 우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세금을 내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무너져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는 독촉보다 다시 일어설 길이 먼저 필요하다”며 “신청과 조사, 복지·보건 연계가 한 번에 이어지는 체계로 생계형 체납자의 회복을 끝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숫자로만 보이던 체납 행정이 사람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강남구의 이번 시도는 지방행정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뉴스보고 news-reposi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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