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세의 골프 인사이드①] 폐채석장이 ‘명품 코스’로…테디밸리, 곶자왈을 품고 제주 골프의 품격을 세우다2007년 훼손된 곶자왈 복원하며 탄생…생태계 보전과 골프장 개발의 ‘공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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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하우스 상공에서 바라본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코스. 짙은 곶자왈 사이로 푸른 페어웨이와 연못이 펼쳐지고 멀리 산방산과 제주 바다가 한 폭의 풍경처럼 이어진다. (사진=강병구 기자) |
![]() ▲ KLPGA 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대회장 전경. (사진=오영세 기자) |
“뉴스는 보물이다. 뉴스보고가 지킨다. – News Repository –”
[뉴스보고, 제주 서귀포=오영세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곶자왈 한가운데 자리 잡은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사계절 푸른 페어웨이와 빼어난 코스 관리로 이름난 이 골프장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돌을 캐내고 남은 폐채석장이었다.
석재 채취가 끝난 뒤 앙상하게 훼손된 땅을 되살리고, 주변에 남아 있는 곶자왈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테디밸리의 역사가 시작됐다.
아직 국내에서 ‘친환경’과 ‘생태계 보전’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 테디밸리는 개발을 위해 자연을 밀어내는 대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그 안에 골프장을 들여놓는 길을 선택했다.
### 폐채석장에서 시작된 ‘곶자왈 복원’
![]() ▲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7번홀과 8번홀 사이 곶자왈을 가로지르는 에코브리지와 에코터널. (사진=테디밸리 제공) |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곶’과 가시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이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지형 사이로 다양한 식물이 뿌리내리며 형성된 제주 특유의 원시림이다.
테디밸리가 자리한 부지에는 석재 채취로 훼손된 폐채석장과 원형이 남아 있는 곶자왈이 공존하고 있었다.
테디밸리는 18홀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남아 있는 곶자왈을 추가로 훼손하는 대신 이미 개간된 주변 경작지까지 부지를 넓혔다. 오늘날 일반적인 18홀 골프장보다 넓은 부지를 유지하는 이유다.
미국의 환경복원 전문가를 초빙해 훼손된 곶자왈을 되살렸고, 7번홀과 8번홀 사이에는 에코브릿지와 에코터널을 조성했다.
골프장 도로로 생태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동식물의 이동통로를 확보해 한라산에서 제주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축을 보전하겠다는 설계 철학이 담겼다.
![]() ▲ 상공에서 바라본 테디밸리 13~16번홀 일대. 곶자왈의 짙은 녹음 사이로 페어웨이와 연못이 유려하게 이어지고, 산방산과 제주 바다가 어우러져 테디밸리의 자연친화적 코스 미학을 보여준다. (사진=강병구 기자) |
### 외국인 아닌 국내 1세대 설계가가 만든 ‘제주 코스’
코스 설계에서도 당시 골프업계의 흐름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해외 유명 코스 디자이너 초빙이 유행하던 시절, 테디밸리는 제주 자연과 국내 골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설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내 1세대 골프장 디자이너 김학영 프로에게 설계를 맡겼다.
국내외 정상급 골프장을 직접 살피며 제주 지형과 기후에 적합한 코스를 연구한 결과, 테디밸리는 18개 모든 홀의 티잉 구역에서 그린의 핀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골퍼가 티잉 구역에 서는 순간 홀의 공략 방향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버뮤다그래스와 15만 톤 빗물…‘사계절 푸른 코스’
테디밸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잔디와 물 관리다.
당시 국내 골프장에서 중지나 켄터키 계열 잔디가 일반적이었지만 테디밸리는 고온에 강하고 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버뮤다그래스를 선택했다. 겨울에는 라이그라스를 오버시딩해 사계절 푸른 코스를 유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제주의 소중한 지하수를 보호하기 위한 준비도 골프장 조성 단계부터 시작됐다.
15만 톤 이상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폰드를 만들어 우기에 빗물을 저장하고 장기간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에는 이를 코스 관리에 활용하도록 했다.
최근 제주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 가뭄에도 코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장기적인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 ▲ 김민솔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 8번홀(기존 17번홀)에서 힘차게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 콘크리트 카트도로부터 야간 라이팅까지
골퍼들의 플레이 환경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테디밸리는 개장 당시 국내에서는 드물었던 3000~4000psi 수준의 고강도 콘크리트 카트도로를 도입했다. 당시 국내에서 시공업체를 찾기 어려워 미국 업체를 초빙해 공사를 진행했다.
밸리코스 9홀에는 미국 스포츠 야간조명 전문업체 Musco가 설계·시공한 라이팅 시설도 설치했다.
야간 플레이 때 그림자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으로,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 때문에 낮 라운드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골퍼들이 야간에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 18홀 골프장에 있는 특별한 ‘19번째 홀’
테디밸리에는 다른 골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19번째 홀’도 있다.
‘Donor’s Hole(기부자 홀)’이다.
18홀 라운드를 마친 골퍼가 19번째 홀을 이용하며 기부한 금액에 테디밸리가 같은 규모의 금액을 더해 제주지역 교육·의료기관과 어려운 이웃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환경보전을 위한 사회공헌도 이어지고 있다.
테디밸리는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과 상생 협약을 맺고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산 8번지 일대 곶자왈 1만6346㎡, 약 5000평을 재단에 기증했다.
골프장을 만들며 곶자왈을 지켰던 철학을 다시 제주사회에 돌려준 셈이다.
![]() ▲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클럽하우스 기록전시관. 각종 골프장 선정 기념패와 프로대회 기록, 선수들의 흔적 등이 전시돼 테디밸리가 걸어온 명문 코스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 신지애부터 이예원·황유민·박상현까지…프로들이 선택한 코스
테디밸리는 국내 프로골프와도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2008년 KLPGA BC카드 클래식에서는 신지애가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당시 박세리와 최나연, 김하늘, 홍진주 등 국내 정상급 선수와 일본의 고가 미호, 호주의 안나 로손 등이 테디밸리를 누볐다.
2023년 KLPGA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는 이예원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2024년에는 황유민이 정상에 섰다.
2025년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에서는 박상현이 초대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2026년에는 KLPGA 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테디밸리를 무대로 펼쳐지며 다시 한번 전국 골프팬들의 시선이 제주 곶자왈로 향했다.
### ‘대한민국 5스타 코스’…중소기업 골프장의 저력
테디밸리의 경쟁력은 각종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2017년부터 골프 트래블 아시아 100대 골프장에 잇따라 선정됐으며, 2018년에는 대한민국 플래티넘 1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과 2019년 대한민국 10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2019년 대한민국 10대 골프장, 2022년 대한민국 10대 회원제 골프장에 선정됐으며 2023년과 2024년에는 골프매거진코리아 ‘대한민국 5스타 코스’로 평가받았다.
특히 대기업 계열 골프장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명문 골프장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독자적인 존재감을 구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 테디밸리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그랜드피아노와 테디베어 조형물. (사진=테디밸리 제공) |
![]() ▲ 테디밸리 골프&리조트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복해물짬뽕밥, 전복회비빔밥, 철판낙지볶음. (사진=오영세 기자) |
### 코스의 ‘멋’에서 식탁의 ‘맛’으로
테디밸리의 품격은 18홀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이번에는 제주 바다의 맛이 골퍼를 맞는다. 전복 한 마리를 넉넉하게 올리고 해산물을 더한 전복해물짬뽕밥부터 신선한 전복회를 곁들인 전복회비빔밥, 뜨거운 철판 위에 매콤하게 담아낸 철판낙지볶음, 명란이 들어간 순두부와 전복 솥밥까지 메뉴에서도 제주다운 색깔이 묻어난다.
좋은 골프장의 기억이 반드시 스코어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곶자왈 사이를 걷던 풍경과 잘 관리된 페어웨이의 촉감, 라운드 뒤 허기를 달래준 따뜻한 한 끼가 어우러져 하나의 여행으로 남는다. 코스에서 만난 ‘멋’이 식탁의 ‘맛’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 역시 테디밸리가 가진 또 하나의 경쟁력이다.
### 자연을 없애 만든 골프장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만든 골프장’
![]() ▲ 조혜림(왼쪽부터), 김하은2, 김하은2 캐디, 김민솔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 마지막 9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한 후 곶자왈 사이에 조성된 에코브릿지를 건너 그린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오영세 기자) |
테디밸리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공존’이다.
폐채석장을 복원하고, 곶자왈을 없애는 대신 부지를 더 확보했다. 야생 동식물이 이동하도록 에코브릿지를 만들었고, 빗물 15만 톤을 저장해 제주 지하수 사용을 줄였다. 골퍼들의 즐거움은 19번째 기부자홀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눴다.
좋은 골프장의 기준을 아름다운 코스와 빠른 그린에서만 찾지 않았다는 의미다.
2007년 곶자왈 복원에서 출발한 테디밸리의 도전은 어느덧 20년을 향하고 있다.
폐채석장의 상처 위에는 다시 숲이 살아났고, 그 자연 사이로 18개의 홀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오늘도 골퍼들은 곶자왈 사이의 푸른 페어웨이를 걸으며 테디밸리가 오랜 시간 지켜온 하나의 원칙을 마주한다.
‘자연을 밀어내지 않고도 좋은 골프장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폐채석장에서 출발한 테디밸리가 제주 곶자왈에서 써 내려가고 있는 ‘명품 골프장’의 또 다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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