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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골프 그만둘까 했는데…” 장은수, 10년 기다림 끝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서 첫 우승

최종 14언더파 270타로 강채연·문정민 1타 차 제압…최종일 보기 없이 3언더파 69타
시드 잃고 드림투어 오가며 버틴 시간…“박정웅 프로가 끝까지 믿고 해보자고 했다”
18번홀 벙커 위기 넘기고 우승 확정…“내가 이 물을 맞네, 그제야 우승 실감”

오영세 | 기사입력 2026/08/09 [23:05]

[이사람] “골프 그만둘까 했는데…” 장은수, 10년 기다림 끝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서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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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세 | 입력 : 2026/08/09 [23:05]

▲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자 장은수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생애 첫 우승까지 걸어온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KLPGA)


“뉴스는 보물이다. 뉴스보고가 지킨다. – News Repository –”

[뉴스보고, 제주 서귀포=오영세 기자] “오래돼서 너무 기쁜 것 같아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장은수가 견뎌온 긴 시간이 담겨 있었다.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6767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강채연과 문정민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기다렸던 정규투어 첫 우승컵을 품었다.

 

최종라운드는 장은수가 지나온 시간처럼 쉽지 않았다. 강채연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장은수는 버디 3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3언더파 69타를 작성했다.

 

전반 3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승부는 후반에서 갈렸다. 1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고 16번홀(파4)에서 다시 한 타를 줄이며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까다로운 17번홀(파3)을 파로 막아낸 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파를 지켜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 장은수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LPGA)


장은수는 16번홀 이후 남은 세 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16번홀에서는 티샷을 최대한 페어웨이 가운데로 보내는 데 집중했고, 바람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좋은 위치에서 두 번째 샷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이 홀에서 만들어낸 버디가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한 타가 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17번홀을 파로 막으며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8번홀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맞닥뜨린 마지막 시험이었다.

 

장은수는 “17번홀 어려운 파3에서 파를 하고 나서 조금 ‘나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홀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첫 우승이 진짜 이렇게 어렵구나’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벙커에서 남은 거리가 길어 부담도 컸다. 장은수는 그 순간 “똑바로 보내야겠다”는 생각 하나에 집중했다. 샷은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다소 얇게 맞았다.

“조금 많이 놀랐어요. 그런데 운 좋게 올라가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위기를 넘긴 장은수는 결국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추격한 강채연과 문정민은 나란히 13언더파 271타. 스코어보드에는 장은수의 이름이 가장 높은 곳에 홀로 남았다.

 

▲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KLPGA 정규투어 우승을 차지한 장은수가 9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제주삼다수 물세례를 받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KLPGA)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 때문이다.

장은수는 2017년 정규투어 시드를 받은 이후 2019년 시드를 잃었고, 이후 정규투어와 드림투어를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 올라오면 내려가고, 또다시 올라가기 위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반복됐다.

 

특히 2021년 다시 드림투어로 내려갔을 때 느꼈던 허탈감은 컸다.

장은수는 “그동안 해왔던 게 다 없어진 느낌이었다”며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강박이 심했고 드림투어에서 경기할 때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때는 골프채를 내려놓는 것까지 고민했다.

장은수는 “시드를 잃고 골프를 그만 쳐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제 안 되나’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때 자신을 붙잡아준 사람이 박정웅 프로였다.

장은수는 “프로님께 ‘골프를 그만 쳐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걸 보니까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그때 프로님이 ‘너는 분명히 할 수 있다. 골프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지금 그만두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 말을 믿고 계속했던 게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또 한 사람이 있었다. 10년 동안 함께해온 매니지먼트사 대표였다.

장은수는 “저와 함께한 지 10년이 됐다. 제가 힘든 시간에 항상 옆에 있었고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계속 지켜본 분”이라며 “10년 동안 좋았던 기억보다 슬펐던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항상 계셨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날은 그가 장은수에게 알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았다.

장은수는 “서프라이즈로 오셨는데 제가 몰랐다. 아침에 경기 시작 전에 보고 놀랐다”며 우승 뒤 흘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도 특별했다. 장은수는 이번 대회 기간 아버지와 한 번도 통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빠가 전화도 한 번 안 하시더라고요. ‘왜 전화도 안 오시지?’ 생각했는데 오늘 아마 중계로 보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동안 쌓인 경험도 마지막 우승 경쟁에서 힘이 됐다. 장은수는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과 올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챔피언조로 우승 경쟁을 경험한 것이 이번 최종라운드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첫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저도 모르게 계속 우승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샷이 원하는 대로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강한 제주 바람 속에서 기회를 기다렸고, 잡아야 할 순간에는 버디를 잡았다. 무엇보다 최종라운드 18홀 동안 단 하나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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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수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라운드를 14언더파로 마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LPGA)  

 

우승이 확정된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 물세례를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은 장면은 이날 우승의 또 다른 명장면이었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장은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물을 맞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물을 맞고 나서야 비로소 우승이 현실로 다가왔다.

“오늘 플레이하면서 너무 잘 안 돼서 ‘내가 우승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물을 맞으니까 실감이 나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2026시즌을 시작하면서 장은수가 세웠던 목표는 ‘첫 우승’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이룬 그는 이제 다음 목표를 바라본다.

 

“다음 목표는 또 우승하는 것입니다. 좋은 흐름을 찾았기 때문에 저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투어 10년 차. 시드를 잃고 다시 얻기를 반복했고, 드림투어로 내려갈 때마다 다시 올라와야 했다.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놓지 않았다.

 

그래서 장은수에게 이번 우승은 트로피 하나를 추가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도 결국 골프였다.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 골프를 많이 좋아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오래오래 골프를 치고 싶습니다. 이제 투어 10년 차이고 나이도 많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길게 보고 싶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자신을 붙잡았던 것은 결국 ‘골프를 좋아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9일 제주에서, 장은수는 그 긴 기다림의 끝에서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 물세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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